외로움과 사람
방에 처박혀서 하루 종일 제가 좋아하는 게임만 하면서 사는 것이 소원인 때가 있었습니다.
중고등학생 때 극도로 달했던 이 염원은, 대학교에 입학한 후 그 절정에 달했습니다.
그리하여 천금같은 대학 1학년, 2학년 시절을 골방에 박혀서 게임을 하는 시간을 보내곤 하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늦잠 자고 아침에 전공필수 과목들 출석을 하는 게 어려웠었죠. 5분 전에 뛰어나가고...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다시금 그러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미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알아버린 이후입니다.
드러내놓고 밝히기는 어렵지만, 긴긴 시간 동안의 인연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와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항상 끝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패턴이 자주이다 보니, 이제는 제가 문제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 대학 생활 내내 살았던 하숙집에서는, 나가는 날보다 무려 이틀 전에 짐을 빼 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비오는 날에 책을 적셔가며 무리한 이사를 했습니다.
-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활동했던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어떤 오해에 대해, 나오기 전까지 끝까지 풀어 주지 않았었습니다.
- 첫 직장을 가지고 나서 근처에 잡았던 자취방에서는, 집주인께서 무려 전세 만기 보름 전에 나가 달라고 하면서 대신 이삿짐차를 무상 지원해 주기로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새빨간 거짓말이었고, 이사 당일 아침에 용달을 구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 전 직장에서는 그렇게 여기저기 저를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녔다는 상사가, 퇴사하는 날까지 어떤 면담도 개인적 자리도 가져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직하는 것이 합당한 이유였음에도 불구하고요.
- 지금 또한... 인간적으로 너무나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어딜 가든지 항상 앞서 있었고, 항상 최후의 보루였고, 그 조직의 유용한 인력이자 해결사였다고 자부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다 보니, 지금은, 제가 정말 그런 사람이 맞았는가, 착각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중입니다.
특히 지금 겪고 있는 일은 아무리 생각하고 머리를 싸매어 보아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게 애정, 사랑, 함께함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알려 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제 인생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몰랐다면, 그렇게 깊지 않았다면,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면, 기회조차 없었다면,
저는 그저 예전에 그 "외로움을 몰랐던 그 때" 처럼 만족하고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인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좀 먼 거리에서 직장 동료분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차를 몰고 갔습니다.
너무 외롭고 슬픈 나머지,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시간을 지나가게 하기 위해,
결혼식에서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한 세 분을 제 차에 권하여 태우고, 세 분의 목적지에 각각 다 모셔다 드렸습니다.
그리고 세 분 각각의 삶의 이야기를 조금씩 듣고 나누었습니다.
서로 화이팅을 하고 또 애써 웃어 가면서 즐겁게 모셔다 드리고,
마지막에 모셔다 드린 분께는 감사하게도 근처 롯데몰에서 맛있는 드립 커피도 대접 받았습니다.
이렇게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경기-서울을 남북으로 두 번을 가로질렀는데도, 오히려 차가 너무 안 막혀서,
이른 저녁에 집에 오게 되니까 다시금 외로움이 사무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시간도 나중에는 추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