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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보내세요일상 2024. 8. 4. 15:08
살다살다 오늘같은 더위는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염주의보이고, 지금 37°C 라네요.)
덥고 습한 날씨에 숨이 콱콱 막혀서, 근처 메가커피에 들어왔습니다.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손님이 커피 테이크아웃을 주문하면서 "얼음 많이 넣어주세요" 한 후
곧 커피를 받아 나갔습니다.
그때 매장에 점원 두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이 막 흥분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니언니언니, 방금 저 손님이 나가시면서 한 말 들었어요?"
"뭐? 뭐라 그랬는데?"
"아니 저 손님이 나가면서 우리한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하고 나갔어요! 저 손님들 중에 저렇게 말하는 사람 처음 봤어요"
"어머 정말? 정말 좋은 손님이네~ 나 옛날에 회사다닐때 생각난다. 들어봐~ 블라블라"
이 두분께 오늘 하루는 이미 좋은 하루가 된 것 같습니다.
지금 부랴부랴 노트북을 꺼내서 글을 적는 동안, 아까까지 조용히 일하고 있었던 두분의
담소와 웃음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물론 일하는 소리(물소리, 컵 부딪히는 소리 등등)는 그대로고요,
그리고 그 이후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주문을 받는 모습이 매우 활기차졌습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20석 정도 되는 매장에, 분위기가 바뀐 느낌이 듭니다.
아니,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그 손님은 어떻게 그렇게 기분 좋은 인사를 했을까요? 어쩌면 민망할 수 있었던 인사를...
(사실 본인도 민망했기에, 작은 소리로 말했고, 그래서 한 분만 겨우 들으셨을수도 있습니다.)
그가 오늘 왠지 기분이 좋았을 수도 있고, 어딘가에서 좋은 말을 들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본인이 좋은 하루가 되고 싶어서, 한번 다른 사람들의 좋은 하루를 빌어보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그 말 한마디, 사실 별 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 그 말 한 마디가,
적어도 저에게는 간접적으로라도 큰 힘을 주고 있고, 좋은 하루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아직 빛이 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제 어느 정도 회복했으니 다시 카페를 나서야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오늘 근처에서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