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지식의 총량은 이미 AI가 아득히 앞서 버렸기 때문이다. (어딘가에서 봤는데 인간은 평생 300MB 정도를 기억한다고 한다. 최근 AI모델의 1/1000도 안되는..)
즉, “경험을 통해 획득한 강력한 의견과 주관, 결정력“이 매우 중요한 가치일 것 같다.
이는 단지 어떤 특정한 부분의 경험(따라서 비슷한 상황에서 자동 적용 가능한 경험)이 아닌, 선택과 판단의 문제에서 최종적으로 0점과 100점 양쪽 끝을 고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극단성을 가지게 하는 경험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형태의 상황이 조성되면 오히려 경험적 직관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 뒤엔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 것.
굳이 수츠케버의 유명한 강연들에 대한 내용 및, 마냥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답변하는 성격이 있는 AI에 대한 내용 등을 인용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책을 많이 사고, 영상을 많이 보는 지식 수집자(그래서 비단 대다수 사람들보다 많은 지식이 있을 수 있는)들보다
어떤 것에 대한 강한 행동적/감정적 경험을 한 사람들이 더 과감하고 더 확실하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사는 것들을 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요즘엔 내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깊이 체득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도 예전에 그랬겠지만,
가진 지식이 너무 많고 모든 것들의 좋은 점이 다 파악이 되기 때문에, 어떤 것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과 조직은 최악이다.
특히 조직적 측면에서, 다 해야 하니까 그리고 다 장점이 있으니까 라고 하며 온갖 분야의 사람들을 마치 컬렉션하듯이 모으지만 정작 현실은 뾰족하게 좁은 영역에서의 비교우위를 가지고 뚫어나가는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상황. 그렇지만 뾰족하게 하기엔 이미 포화된 규모의 조직.
이번 경험도 나에겐 정말 뼈아픈 경험이었고, 나는 앞으로는 “인격적으로 훌륭한”(즉 모두에게 다 기회를 주고 모두 잘되고자 하는) 즉 편견이 없는 리더십과 함께 일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당신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 좋습니다.”
마치 몸을 갖고 살아본 적이 없는 것처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 이것이 저것을, 저것이 이것을 쥐고 흔든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마치 AI처럼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여러 사람들 속에서(근데 이게 다들 그런지 아니면 회사 문화인지 모르겠는) 짧게 살아가다가,
나는 또 특별한 경험을 찾아서 떠난다. 이렇게 6개월만에 이직하는 경험 또한, AI가 알지 못하는 큰 자산으로 남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