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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네 모두 불행해야지
    생각 2025. 4. 6. 17:26

    3주전에 생성해놓고 이제야 쓰는 그림 (Image generated with FLUX.1-dev)

     

     

     

    인간은 모순적인 것 같다.

     

    나만 적당히 다른 사람들보다 불행한 정도의 삶보다는,

    오히려 너네들보다 내가 조금만 덜 불행한데, 너네들이 다 불행에 몸부림치는 삶을 더 견디기 편해한다.

     

    다같이 지옥에 사는 것 같은데 내가 조금 나아 보이는게,

    다같이 천국에 사는 것 같은데 내가 조금 모자라 보이는 것보다, 더 편해하는 것 같다.

     

     

     

    애초에 행복감의 절대량이 문제가 아니라,

    내 눈에 비치는 세계에서 관측되는, 타인들이 느끼는 행복감을 가늠해 본 것이

    나보다 어느 이상 월등히 높으면 견딜 수 없이 힘든 것처럼 보인다.

     

    특히 촘촘하게 "정상, 비정상"을 암시적으로 나누어 놓은 게 많은 동아시아 사회,

    특히 한국 사회에서 더 많이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나만해도 "동거 가족 여부" 요소에 의해 자신과 타인에 의해 여러모로 평가를 받고 있고,

    항상 드는 생각은 부족하다, 어렵다, 힘들다, 왜 나만, 뭘 어떻게, ... 등등이니 말이다.

     

    뭐, 누군가는 날 보고, 나는 저 사람보다 낫다, 하고 안심하고 있으면 그건 좋은 일일까.

    세상에 내가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네. 그러고보면.

     

     

     

    어쩌면, 이 회사를 도망치듯 떠나려는 것에도 이런 이유가 함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회사에서 최연장자 대열로 분류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은 대부분 건실히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모습,

    그런 사람들과 얽혀서 일하면서 느끼는 답답한 모습, 나에 대한 견제와 공격.

     

    예전엔 이런 것들을 자신있게 이겨내려 했겠지만,

    요즘은 그들이 내가 없는 어떤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오히려 그들에 비해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곤 했다.

     

    어리고 젊은 친구들, 아직 결혼 등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나이의, 찬란한 친구들,

    외모와 지식 등을 떠나, 그들이 가진 윤기나고 매끈한 젊음의 느낌,

    그 반면 어디든지 비쳐 보이는 내 모습에서 느껴지는 주름과 패인 볼살, 낡은 느낌과 초라함.

     

    어떻게 보면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였기에, 더 불행감을 느꼈고,

    그래서 이렇게 도망치듯이 떠나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죽지 못해서, 살고 싶어서, 견디기 어려워서,

    도망치거나, 숨거나, 억누르면서 이래저래 떠돌아다니는 생활,

    이 결말은, 그저 나도 이 곳에서 이정도면 괜찮지 하는 적절한 안심으로 마무리되게 될까,

     

    아니면 기어이, 좀 더 가치있는 삶의 모습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앞서 얘기했던 인간의 모순에 비추어,

    좀 더 객관적이고 좀 더 "비교적"이기보단 "정량적"이고 "나만의 것"인

    삶의 동력을 얻고자 노력해 보지만,

     

    다들 뭐 이런 굴레 안에서 살고 있고, 그게 사실 인생의 본모습 같아서,

     

    그저 눈 감고 이불 덮고 자는게 소원이자, 결국엔 하루의 마무리가 되어버리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대체 무엇을 소망하는가,

    그래봤자 앞으로 뭐가 더 좋은 게 있을 거란 말인데,

    하는 의문을 계속 가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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