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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에 대한 기대
    생각 2025. 3. 12. 08:06

    Image generated with FLUX.1 [dev]

     

     

     

    “당신이 나에게 산출물을 제공해주었지만, 나에게 일정을 닥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거의 한달을 뭉갰다. 나도 바빴다. 알지 않냐 나 바쁜거. 그리고 사실 당신이 준 코드를 돌려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그걸 공론화시켜서 나를 당황시켰으니 당신 잘못이다. 그래, 지금 이 사태 모두 당신 잘못이다. 왜 저한테 빨리 확인해 보라고 얘기를 안 하셨어요? 그리고 그걸 왜 위에 얘기해요 나한테 먼저 얘기 안하고?”



    위 말은, 1-2주 간격으로 외부 고객과 매번 미팅을 하고 있는 어떤 개발 과제에서, 즉 참석자 모두가 매번 일정을 체크받는 중요 과제에서, 하물며 그 미팅에 매번 같이 들어가는 사람이(리드 포지션이다 그것도),

    우리 팀이(팀이래봤자 두세명) 고생해서 만들어서 2월 둘째주에 넘겨준 내용을 미루고 미루다가 3월 초에 보고 나서, 뒤늦게 자기들의 코드에 붙이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된 후, 회의 석상에서 나에게 비난이랍시고 퍼부은 말들이다.

    거기 있는 참석자 대부분이, 내 손을 떠난 코드와 문서가 2월 둘째주에 그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미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때 별도로 발표 세션을 만들어서 코드 릴리즈를 알렸었다.)



    그래도 이런 말들을 들을 때 바로 쏘아 붙이고 반발하고 조목조목 그 자리에서 반박할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도합 십수년 사회생활을 거쳐 온 내가 조금이나마 발전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도 별꼴을 다 봐서 그런가.

    지금까지 내 패턴은 같잖고 어이없는 궤변이나 비난을 갑자기 받으면 얼어버리거나 당황해하는 거였는데, 이번엔 그래도 잘 한 것 같다.



    그럼에도, 어제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는데(지금도 좋지 않다),

    그것은 인간성, Humanity에 대한 기대가, 작년에 개박살이 났지만, 여전히 개박살이 나고 있는 것과,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사람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게 된 내 모습이 안타까워서일지도 모른다.

    기대, 즉 신뢰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받기를 원하는 것이고, 사람들은 그걸로 힘을 얻는 것이 아닌가. 믿어주는 가족을 위해 누군가는 매 순간 전쟁터로 나가지 않는가.

    그런데 이제는 소위 말해 ‘너네 모두 다 미친놈들일 수 있다.’ 라고 가정하면서 경계감 가득히 살아야, 뒤통수를 안 맞거나 또는 피할 수 있다는 거다. 사실 이게 해답인 건 알겠지만 마음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국 이렇게 또

    ‘나한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왜 그렇게 했을까?’ 라는 내면의 반복되는 질문과 괴로움을,

    ‘너네도 살기 참 힘든가 보지. 나를 죽여서라도 살아야겠다고 발버둥치는걸 보면.’

    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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