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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하기 쉬운 사람
    생각 2024. 5. 10. 04:16

    앙떼띠 커피로스터리 테라스에서, 240508

     

     

    성장 과정을 돌아보면, 지독히도 당한 인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이제는 더는 당하기 싫은 것이 제 마음입니다.
    또 당해야 하는 것이 지겹습니다.

     

     

    내면 자아

    저의 내면 자아는 크게 두 가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 특히 유년기에 가졌던 삶에 대한 이미지와 세상에 대한 생각, 마음 상태인데요,

    그것이 기본적으로 아니 일상적으로, 무방비하고 늘어져 있는 저의 무의식을 구성하는 것 같습니다.

     

    1. 아름답고 광활하며 조밀하고 빛나는 자연, 그 자연이 존재하는 규칙적이며 치밀한 질서, 그 속에서 느끼는 경이로움과 편안함과 따뜻함
    2. 그와 대비되는, 번잡하고 시끄럽고 소란스러우며, 특히 매우 화가 나서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남자 어른 하나와 겨우겨우 참고 살아가는 여자 어른 하나가 있는 공간

     

    감사하게도 1번 심상은 제가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태도와 연결이 되어서,

    요즘처럼 날씨가 좋고 꽃이 피고 수목이 무성해지는 때,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에 도움을 많이 줍니다.

    물론 그것을 위해 낮과 밤, 부지런히,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마다, 밖을 나가서 걸어야 합니다. 그치만 뭐 그게 대순가요.

     

    그러나 2번 심상은 자주 제게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합니다.

    대체, 나는 그 어린 시절, 거부할 수 없었던 그 때, 왜 누군가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어야 했는가.

    그리고 왜 나는, 나보다 더 불쌍한 사람을 눈 앞에서 보면서, 감히 내가 힘들다는 생각조차 하는게 사치로 느껴졌어야 했는가.

    그래서 살다가 좀 제가 당한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이성적으로 받아치지 못하고, 버벅거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상태

    요즘 숙면을 취하는 것이 힘이 듭니다.

     

    오늘도 잠을 자다가 갑자기 깨어서, 필요하지도 않은 화장실에 갔다가 나와서, 물 한잔을 마시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고, 또 무언가를 찾아가서 읽고, 그것으로 인해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서, 어쩌면 누구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할 글을 또 써 봅니다.

     

    또 당할 것 같습니다.

    내 마음 속에 깊이 박힌, 내가 거절하고 물리칠 수 없었던 그 경험들이, 거대한 심상이 되어서 저를 지배하려 드는데,

    오늘 (금요일) 이든 내일이든 그 누군가들에 의해 또 당할 것 같습니다. 뻔해 보입니다.

    감정 쓰레기통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그걸 당하지 않기 위한 여러 잔혹하고 무자비한 말들,

    그들의 입을 닫게 만드는 말들을 적어 놓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솟아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잠은 다시 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또 왜 그렇게 당해야 하는지, 그렇게 되면 그들이 저를 얼마나 우습게 여길지, 이를 갈며 생각합니다.

    그게 감당이 안 되어서, 이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면서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성인의 특권 = 자유 의지와 실행

    그렇지만, 저는 성인입니다. 저는 어른입니다.

    제가 어릴 때 당했던 것은 제가 원하지 않았던 것들이고, 막을 수 없었고, 선택할 수 없었고, 이길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선택할 수 있고, 참을 수 있고, 비난을 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그 누군가에게 정말 너무 자주 말했고, 제 자신에게도 자주 다짐했던 말입니다.

    제가 그렇게 살고 싶고, 또 제 자신에게 '어쩔 수 없었다' 라고 거짓말을 하기 싫어서입니다.

     

    너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이해 못 해주면서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강요한다고,
    (마치 청개구리처럼) 그것만은 기를 쓰고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반대로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다.
    그것이 복수가 아니다. 그것이 어른이 아니다.

    예전에는 그 강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자 복수이다.

    그래서 "그 선택 = 그들의 강요하는 것" 일지라도 (겉으로는 동일할지라도)
    그것이 지금 옳고 바람직한 것이라면 하는 것이 맞다.

    무조건 내가 대적하고 싶은 사람들의 말과 반대로 하면서 나쁜 선택을 하는 것은,
    그저 아직 그 무력했던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것이며, 지극히 비이성적인 행동이다.

     

     

    위 말을 제게 해 보고 곱씹어 보면서, 다시 잠을 청해 보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제가 약했고 감당할 수 없어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가 강하고 감당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래야 할 이유도 있어서, 당하기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당할 만큼 선택해서 당하고 살겠습니다. 제가 결정한 것들에 대해서는요.

     

    끝으로 교회, 성당에 다니시는 분들은 아실 만한 문구들을 발췌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서로 법정에 고소한다는 것은 벌써 여러분이 완전히 지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차라리 억울한 일을 그대로 당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또 사기를 그대로 당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왜 그렇게 하지 못합니까?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6장 7절, 공동번역 개정판]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서 미련한 자처럼 살지 말고 지혜롭게 사십시오.
    이 시대는 악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십시오.
    [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 5장 15-16절, 공동번역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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