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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생각 2024. 6. 4. 00:49
동명의 책이 있지만, 그 책에 대한 내용은 아닙니다. 바쁘고 정신없이 지나가는 일상에 시달리다가 귀가하여 조용히 맞이하는 밤에는
문득 문득 세상이 나에게 주었던 여러 판단과 다그침과 비난과 멸시가 생각납니다.
예전에 적었던, 저에 대하여 진단한 영의 심리도식에 따르면,
아마도 저는 그런 것들을 참고 이겨나가는 것이 당연한 삶의 자세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실제로는 내상을 깊이 입고 있었나 봅니다.
괜찮지 않았나 봅니다.
인간은 원래 그렇고,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저는 좀 더 막 대하기 좋고, 스트레스 풀기 좋고,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한낱 애완동물들도 사람 봐 가면서 덤비는데,
하물며 사람들이 제 그런 만만한 면을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요즘 들어서 과거에 완전히 잊고 있었던 일들이 갑자기 불현듯 떠오르며,
그 때 그냥 듣고 보고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도 했던 상황들이 떠오르며,
그 때는 설령 아무렇지 않게 의연히 넘겼을지라도, 다시 그 상황이 나를 휩싸는 것처럼 감싸오면서,
아무것도 못 하고 무력함에 울분이 쏟아지는 순간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찾아보면, PTSD와 가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아래 글은 플래시백, PTSD를 찾아 보면 바로 나오는 글인데, 더 이상 찾기 괴로워서 우선 링크합니다.)
https://m.blog.naver.com/yourdarlin/222164683167
[PTSD]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끊어진 고무줄,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 (Trauma) 와 PTSD | 감정은
그냥 먼 객지에서 번개 맞아 뒈졌다고 생각해. 그렇게 잊지 않으면, 마음은 엿 같고, 머리는 지랄스러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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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한 계기로 제 감정을 휩싸는 강렬한 스트레스를 느꼈고, 마치 반년 전 어느 때에 있었던 기분이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정말 피곤하고도 날선 감정을 다스리면서 최대한 세상과 접촉을 줄이고 있습니다.
그냥 상처를 받아 버릴까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던데요.
아니면 이게 잘 지나가고, 잊을 수 있도록 숨죽이고 지나가는 것이 좋을까요.
제게 상처받지 않을 권리는 있는 걸까요.
조만간 병원에 가면 이 부분에 대해 한 번 선생님께 질문을 해 보아야겠습니다.
240525,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