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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센터 건물 바로 앞에서 한컷 심리상담센터라는 곳을 가게 될 줄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교에 심리상담센터가 있었기도 했고, 심리학과가 유명한 학교였기에 다양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센터에 다니는 과 선후배 동기들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저는 심리상담은 가지 않았었습니다.
삶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여러 절망적인 일들이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가지 않았던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 나의 복잡하고 어려운 심리와 생각을 이해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음
- 어릴 때부터의 세뇌적인 교육으로, 자기 삶을 오롯이 자기가 개척하지 못하면 낙오자라는 인식이 있었음
- 상담소를 가면 뭔가 숙제를 많이 내 줄 것 같았음 (그리고 항상 바빴음)
-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았음: 나약하다, 어리석다, 한심하다, 부족하다 등
그러던 제가, 정말로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는, 그저 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아무도 없었기에,
방문하게 된 곳이 심리상담센터였습니다.
심리상담센터를 약 3개월 반 동안 주 1회씩 다니게 되면서, 도움이 된 것들도 많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습니다.
일단 심리상담센터를 다니면서 알게 되고 느낀 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단 어렵고 당황스럽고 황당한 이야기를 쭉 들어 줍니다. 지인들에게 얘기하면 중간에 얼마나 끊길지...
- 몇몇 유사 케이스를 이야기해 주는데, 저는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있었고, 그들도 힘들었다는 사실만 알아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 전엔 저는 저만 결함 가득한 인간인 줄 알았습니다. 모두 제 잘못으로 생각되었습니다.
- 관찰자의 입장에서 당신이 어떻게 보인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 줍니다. 당장은 마음에 안 와닿더라도,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사실 상담 자체에서 마법과 같은 해결책이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매 주 비슷한 때에, 나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 감정, 생각 등이 있는 경우 제3자의 (그리고 심리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 숙제 (~을 생각해 봅시다. ~을 성찰해 봅시다.) 를 잘 해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상담이 지지부진해집니다.
-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케미도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됩니다. 이것은 제가 다른 내담자를 보면서 느낀 점입니다.
- 무언가를 결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즉, 내가 말을 하면서 정리가 되고, 의견을 주시는데, 그것을 통해 깨달은 것들로 결정은 자기가 해야 합니다. 다만 상담 중에 자기가 결정해 본 내용에 대해서는 실제적인 행동 방법을 제안해 주기는 합니다.
결국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감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타인이 100%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여 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너무 기대를 하고 가면 실망을 할 수도 있으나, 저처럼 누구에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 갑자기 생기거나,
또는 누군가와 대화와 설득, 이해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답을 찾아 나가는 스타일의 분이시라면,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만 비용이 어느 정도 든다는 것은 감안할 필요가 있겠습니다.